믿고 싶은 것만 믿는 뇌의 착각
– 확증 편향과 인지부조화 이야기 요즘 뉴스 보셨나요?
한 유명 투자자가 수백 명에게 무려 500억 원의 사기를 쳤다는 사건, 피해자 중에는 고위직 공무원, 교수, 연예인까지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었죠. 더 놀라운 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이 사기꾼일 리 없다’며 끝까지 믿고 있었다는 사실이에요.
사실 주변에서 보기엔 “어떻게 그런 뻔한 거짓말을 믿었지?” 싶지만, 막상 그 상황 속에 있었던 사람들은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의심하는 쪽’을 이상하게 봤다는 얘기까지 나왔어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이건 단순한 순진함이나 정보 부족의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 모두가 빠질 수 있는, 아주 교묘한 심리의 작용. 바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과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때문입니다.
믿고 싶은 것만 보는 뇌 – 확증 편향
확증 편향은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생각이나 가설을 더 강화시키는 정보만 골라보고, 그에 반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심리 현상이에요. 예를 들어, “이 투자자는 정말 똑똑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 과거에 성공한 투자 사례만 자꾸 떠올리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은 “그럴 리 없어”라며 무시하게 됩니다.
혹은 “이 사람이 사기를 칠 리가 없다”고 믿으면, 경고를 주는 주변 사람의 말도 “질투해서 저러는 거야”라고 해석하게 되죠.
이렇게 뇌는 내가 믿고 싶은 쪽의 정보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애써 외면하면서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해요.
결국, 사기꾼은 그 심리를 너무 잘 알고 “당신은 특별해요”, “아무에게나 이 투자 안 드려요” 같은 말을 던지죠. 그 한마디에 우리는 더 확신하게 됩니다.
“그래, 내가 똑똑하니까 이런 기회를 잡은 거야.”
잘못을 알면서도 돌아서지 못하는 이유 – 인지부조화 그런데요,
만약 어느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스치면 어떻게 될까요? 그때 작동하는 또 하나의 심리가 바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입니다.
인지부조화란, ‘내 믿음’과 ‘현실’ 사이에 충돌이 생겼을 때 극심한 불편함을 느끼는 심리 상태예요.
“이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야.” → (현실) “근데 왜 돈을 돌려주지 않지?”
“난 절대 사기당할 사람이 아니야.” → (현실) “근데 지금 피해자가 된 거 같은데?”
이런 모순이 생기면, 사람은 그 불편함을 해소하려고 '현실'보다 '믿음' 쪽을 바꾸지 않으려 해요.
그러니까… 사실 마음 한 켠에서는 의심이 생겼음에도, “아니야, 뭔가 사정이 있겠지” “그 사람도 힘든 상황인가 보다” “시간 좀 지나면 해결되겠지” 하고 스스로를 설득하게 되는 거죠. 이건 정말 놀라울 정도로 자동으로 일어나는 심리 작용이에요.
이 심리를 노린 사기꾼들
사기꾼들은 사람보다 똑똑해서가 아니라, ‘심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초반에 약간의 ‘이익’을 주며 신뢰를 쌓고, “이건 비밀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세요” 같은 말로 정보를 차단시키죠.
그러면 사람들은 더욱 확증 편향에 빠지고, 혹여 의심이 생겨도 “설마, 지금까지 내가 속은 거라고?” 하는 인지부조화로 인해 스스로 눈을 감게 됩니다. 결국 모든 게 무너진 뒤에야 “그땐 왜 몰랐을까…” 후회하게 되죠. 하지만 그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왜 이런 심리에 흔들릴까?
그럼, 왜 우리는 이런 심리에 쉽게 흔들릴까요?
그 이유는 바로 ‘확실함에 대한 욕구’와 ‘자존감 방어’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확신’이 주어지는 대상에 의지하게 되죠.
“이 투자자 믿어도 돼요.”
“이 사람 따라가면 성공해요.” 이런 말을 들으면, 그 불안이 사라지니까요.
또, 내가 선택한 사람이나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건 내 자존감에도 큰 타격을 줍니다.
그래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심리적 장치를 작동시키는 거예요.
이 심리에서 벗어나려면?
그렇다면 이런 심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나의 믿음과 감정을 의심해보기
→ “내가 이걸 믿고 싶은 이유는 뭘까?”, “혹시 너무 확신에 빠져 있는 건 아닐까?”
✔ 불편한 정보도 일부러 찾아보기
→ 내 생각과 반대되는 주장도 일부러 읽고 들어보세요. 그게 생각보다 유익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 감정보다 ‘행동’에 집중하기
→ 말이나 분위기보다, 상대방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세요.
✔ 조심스럽게 공유하고 상의하기
→ 혼자서만 판단하지 말고, 제3자의 시선을 통해 상황을 점검해보세요.
“이런 일이 있는데, 너라면 어땠을 것 같아?”
마무리하며 – “사기꾼보다 위험한 건 내 안의 착각”
사기를 당한 사람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똑똑하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그들의 뇌도 우리와 다르지 않아요.
누구나 믿고 싶은 쪽만 보게 되는 심리를 갖고 있고,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는 걸 받아들이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니까요.
그러니 중요한 건 ‘사기꾼을 조심하자’가 아니라 ‘내 안의 확신을 의심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겁니다.
다음에도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이 한마디를 떠올려보세요.
“혹시 지금,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작은 의심이 500억짜리 착각을 막아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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