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질까?
“시간이 약이야.”
우리는 상처 입은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곤 한다.
처음엔 정말 그 말이 맞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문득 떠오르는 말 한마디에 다시 가슴이 시리다.
분명히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그 사람 이름 하나에,
그날의 공기 하나에,
그때의 내가 다시 아프다.
상처는 과연 잊힌 걸까?
아니면 단지, 익숙해진 것뿐일까?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자리를 바꿀 뿐이다
상처는 지워지는 게 아니다.
그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앉을 뿐이다.
더 이상 매일 생각나진 않지만,
어디선가 조용히 숨 쉬고 있다가 아주 가끔,
예고 없이 나타난다.
처음엔 터질 듯 아프던 감정이
이제는 조금 무뎌졌다는 이유로 ‘다 나은 줄’ 착각하게 되는 것.
하지만 무뎌진 건 아픔이 아니라
그 아픔을 품는 방법에 익숙해진 내 마음일지도 모른다.
익숙해졌다는 건 나아졌다는 신호일까?
때로는 우리가 상처를 잊은 게 아니라 상처가 삶에 섞여버린 경우가 있다.
슬픔을 견디는 방식도,
사람을 멀리하는 습관도, 쉽게 감정을 꺼내지 못하는 태도도, 모두 오래된 상처가 남긴 흔적이다.
겉으로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엔 상처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패턴이 깔려 있다.
익숙해졌다는 건 무뎌진 것이 아니라, 그 아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 것이다.
상처를 대하는 두 가지 방식
사람은 상처 앞에서 보통 두 가지를 택한다.
●모른 척하며 덮고 지나가기
●직면하고 흘려보내기
첫 번째는 편하다.
괜찮은 척하면 일상은 유지된다.
하지만 감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두 번째는 아프다.
하지만 그 아픔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면
비로소 상처가 '지나간 일'이 될 수 있다.
익숙함과 치유는 다르다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
그 말 속에는 정말 치유된 마음도 있겠지만
너무 오래 혼자 아파온 익숙함이 자리 잡고 있을 수도 있다.
익숙함은 방치된 감정이 쌓인 흔적이다.
치유는 감정을 만나고, 말 걸고, 흘려보낸 시간에서 생긴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이미 괜찮아진 줄 알았던 감정 앞에서 다시 울게 되고,
다시 흔들린다.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연습
상처를 없애려 하지 말자.
그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그 대신, 상처를 안고도 조금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방식을 찾아보자.
●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한 명
● 무뎌진 마음을 적어보는 노트 한 권
● 상처를 마주하는 데 필요한 단어 하나
이런 것들이 있다면,
상처는 더 이상 날카롭지 않다.
그저 내 인생에 있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된다.
이제는 이렇게 말해보자
상처는
내가 얼마나 사랑했고,
얼마나 소중히 여겼고,
얼마나 기대했는지의 반증이다.
그래서 아프고,
그래서 오래 남는다.
그 아픔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이렇게 말해보자.
“나는 그때 진짜로 마음을 다했으니까.
그러니까, 아직도 가끔 아픈 거야.
괜찮아.
상처는 잊히는 게 아니라,
그저 조금씩 덜 아픈 방식으로
익숙해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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